
무너지지 않는 삶에 대하여
워뇨띠로부터 배우는 리스크매니지먼트
워뇨띠라는 사람을 아는지 모르겠다.
아직 30세가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그는
2017년에 600만 원으로 코인 투자를 시작했고,
2024년 기준 약 3,700억 원의 누적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그가 얼마전에 리스크 관리에 대한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작성했다.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제가 보았을 때 저보다도 잘한다 느껴 눈여겨보았던 사람들은
결국 90%가 전재산 청산으로 끝났습니다.
100승을 해도 1패에 모든 것이 없어지는 리스크 관리법을 썼기 때문입니다.”
결국 워뇨띠를 끝까지 살아남게 만든 것은 “실력”보다도 “리스크 관리”였다는 고백이었다. 사람들은 대개 투자 이야기를 들을 때 얼마나 벌었는지, 몇 배를 만들었는지, 어떤 구간에서 시장을 읽었는지에 먼저 시선을 둔다.
하지만 워뇨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돈을 버는 기술에 앞서서
어떻게 하면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지 않을 수 있는가
그 기술이 무엇보다도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워뇨띠의 글은 자연스럽게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 스완』을 떠올리게 한다.

탈레브가 그의 책에서 드는 비유가 있다. 매일 먹이를 받아먹던 칠면조는 세상이 자신에게 안전하고 우호적이라고 믿게 된다. 어제도 먹이를 받았고, 오늘도 먹이를 받았으니 내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바로 그 익숙함과 반복이, 어느 날 닥칠 파국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추수감사절 전날까지도
칠면조에게 세상은 점점 더 안전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 그 모든 경험은 아무런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탈레브가 말한 블랙 스완은 늘 이런 식으로 찾아온다. 일어나기 전까지는 비현실적이고, 일어난 뒤에는 왜 몰랐는지 이상할 만큼 분명한 사건으로.
워뇨띠는 바로 그 “예상 밖의 순간”을 언급한 것이다.
그가 언급한 코로나 폭락, 루나 붕괴, FTX 파산 같은 사건들은 모두 시장이 얼마나 쉽게 상식 바깥으로 미끄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전례가 없으니 대응하지 못하고, 전례가 있어도 “이번은 다르다”고 생각하다가 역시 대응하지 못한다. 인간은 늘 과거의 패턴으로 미래를 관리하려 하지만, 정작 삶을 뒤흔드는 사건은 대부분 그 패턴의 바깥에서 온다. 그래서 리스크 관리는 예측의 기술이 아니라, 예측이 틀렸을 때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은 위기 속에서 쉽게 합리성을 잃는다. 손실을 복구하고 싶은 조급함, 이번 만큼은 다를 것이라는 착각, 더 벌 수 있다는 탐욕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리스크 관리란 의지를 믿는 일이 아니라,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나를 시스템으로 통제하는 일에 가깝다. 그 점에서 워뇨띠의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단순히 투자 철학을 넘어 스스로와나아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는 단지 투자뿐 아니라,
우리 삶 전체에 대한 이야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의 직업적 커리어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은 한 회사, 한 업종, 한 번의 성취에 자기 삶의 대부분을 건다. 하지만 시장이 바뀌고, 산업이 쇠퇴하고, 기술이 대체하고, 조직이 흔들리는 순간 그 안정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
커리어에서의 리스크 관리는 단지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일이 아니다. 내 능력이 한 환경에만 종속되지 않도록 만들고,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선택지를 남겨 두는 일이다. 한 줄짜리 성공 이력보다 중요한 것은, 뜻밖의 변화 속에서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유연성이다.
가족과 관계도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큰 사건이 관계를 망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반복되는 무심함과 방심이 더 무섭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넘긴 말들, 미뤄 둔 사과들, 당연하게 여긴 마음들이 어느 날 회복할 수 없는 거리로 이어진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몸은 대개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수면 부족, 과로, 스트레스, 운동 부족, 잘못된 생활 습관이 오랫동안 쌓이다가 어느 순간 비로소 큰 문제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그 순간 사람들은 그것을 갑작스럽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은 리스크가 늦게 모습을 드러낸 것에 가깝다.
따라서, 투자에서의 청산과 삶에서의 붕괴는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한 번 잘못되면 너무 크게 무너져서, 회복 비용이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기 위해 우리는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신경을 써야한다.
어떻게 버느냐? 라는 질문에 앞서서 어떻게 하면 크게 잃지 않을것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매 초 매 분 되뇌이면서.
우리는 흔히 더 빨리 가는 법, 더 많이 얻는 법, 더 크게 성공하는 법에 집착하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은 “나는 지금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까지 잃을 각오를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잃음은 정말 복구 가능한가.” 가 아닐까?
화려한 성공과 낙관 대신 냉정한 생존과 현실을 택하고, 실력에 대한 자부심보다 원칙에 대한 집요함을 내세운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지 모른다. 화려함이 없으니까.
그러나 긴 시간으로 보면, 삶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늘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이 아니라 끝내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다. 워뇨띠와 나심 탈레브가 말했듯 세상은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불규칙하고, 더 잔인하며, 더 예외적이다. 그렇다면 정말 필요한 것은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틀렸을 때도 전부 잃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일 것이니까.
바다의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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